당근마켓 홀릭
한달 전쯤이었다. 괜히 집에 쓸데없는 물건들과 함께 살고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름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한다는 사람인데 이럴 수는 없다 싶었다. 영국에 살 때 까지만 해도 미니멀라이프를 잘 유지하고 있었다. 서울에 살 때에는 유튜브를 하겠다고 이런것 저런것을 구매했었다. 여기까지는 오케이, 대부분의 물건들이 제과용품이고 앞으로 일을 하면서도 쓸 수 있기 때문에 투자구나 하고 넘어갔다.
문제는 제주도로 넘어오고 6개월이 지나서부터 였다. 매일같이 퇴사하고 싶은 마음을 누르겠다는 이유로 여기 눌러살려면 이런것도 있어야지, 저런것도 있어야지 하면서 물건을 사댔다. 게다가 매일같이 먹었던 배달음식으로 찐 살 때문에 옷이 없다는 이유로 옷도 잔뜩 사게 되었다. 그렇다고 살이 찌기 전 옷을 처분할 수는 없었다. 빨리 살을 빼고 원래 몸으로 돌아가 입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런 저런 이유로 살림살이만이 늘어가는 하루하루를 보내다 깨달음을 얻었다. 당근이다! 당근을 이용하자!
그래서 한달 전에 처음 팔았던 물건이 집게핀이었다. 그것도 나름 사연이 있는게 웬만한 물건들은 제주도로 넘어올 때 제주 추가 배송비가 붙는다. 이게 3천원 이렇게 붙으면 다행이고 5천원 6천원까지도 붙는경우가 있다. 그래서 어떻게든 배송비를 줄여보고자 기본 배송비 2500원이 붙어있으면 무료 배송비 금액을 맞춰서 사곤 한다. 나는 집게핀이 필요했고, 무료배송 금액은 3만원이었다. 그래도 제주도 추가 배송비 3천원이 붙었다. 정말 필요한 집게핀은 두개에 비녀 두개정도였는데 무배금액을 맞추겠다고 3만원어치를 결제했다.
비녀 두개는 정말 잘 썼고, 지금도 잘 쓰고 있다. 집게핀 하나는 가끔 나름 유용하게 쓰고있다. 문제는 나머지 집게핀들이었다. 다섯개의 집게핀이 쓸데없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쓸데없는 물건과 살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자 바로 당근마켓에 올려버렸다. 집게핀은 내 생각보다 금방 팔렸다. 그때부터였을까, 내가 당근에 빠지게 된 것이.
당근에 빠졌네 어쨌네 한 것 치고는 판매상품이 31개밖에 없나 할 수도 있겠지만 제주도에 내려온게 작년 7월이고 정말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물품만 가지고 왔었기 때문에 1년사이에 쓸데없는 물품이 서른개 가까이 늘었다고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양이다. 팔린 것도 있고, 아직 안팔린 것도 있고, 찾아보면 앞으로 더 팔 수 있는 것도 많겠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는 팔고 있는 물품이 31개다. 아 물론 서울에서 팔았던 물건도 몇개 있을 것 같긴 한데 한 두세개 정도라 서른개 좀 안되겠지만 아무튼 그것도 어마어마 하니까.
아무튼 당근마켓은 활동 배지라는 시스템을 갖고있다. 그중 요즘 노리고 있는 배지가 생겼다.
판매글을 100개 작성하면 얻을 수 있는 배지다. 나에게 판매할 수 있는 물건이 100개가 넘는 일이 생기는것도 무섭긴 하겠지만 그래도 언제 어디로든 나의 짐을 가지고 떠날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아직까지 나는 어마어마한 물건의 산과 함께 살고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찾으면 100개가 될 것도 같다.
이렇게 중고 거래를 하면 좋은점이 한동안 물건을 살 때 두번 생각할거 세번 생각하게 된다는 점이다. 중고로 팔기위해 사진을 찍고 업로드를 하고 연락이 오면 거기에 하나하나 대답하고 물건을 팔러 나가는 그 귀찮은 과정을 생각하면 애초에 정말 필요없는 물건은 사지 않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앞으로도 이렇게 조금 더 욕심을 버리고 비우는 삶을 살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