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하면서 제일 먹기 힘든건 역시 과일과 야채라고 생각한다. 고기는 배달음식으로 먹고, 탄수화물이야 워낙 여기저기서 많이 먹을 수 있지만 야채와 과일은 일단 비싼 가격은 둘째친다고 해도 조금만 많이 사다두면 정신차려보면 상해서 버리게되고, 먹으려고 하면 껍질이나 씨앗때문에 쓰레기 처리가 귀찮아서 멀리하게 된다.
그래서 자취하면서 주로 사다먹는 과일은 씨없는 포도인데 이게 생각보다 잘 안상하고, 먹고나면 플라스틱 하나랑 포도줄기 하나 이렇게 나와서 쓰레기 처리도 편해서 다른 과일이 먹고싶어도 상하는거랑 쓰레기처리를 생각하면 그냥 씨없는 포도로 만족하곤 했다.
그와중에 마트에서 무화과를 발견했다. 한박스에 16개정도 들어있어서 친구랑 나눠먹으면 금방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면 일단 상해서 버릴 걱정이 없어지는데 그냥 씻어서 통째로 먹으면 되니까 쓰레기 처리 걱정도 없다. 혹해서 가격을 봤더니 세상 이렇게 비쌀수가 없다. 그래서 포기하고 오늘도 포도나 볼까 하고 있는데 친구가 자기가 사줄테니 나눠먹자고 하는거다. 신이나서 바로 결제를 마무리 하고 집으로 돌아와 무화과를 먹으려다 신이 나서 셋팅을 해서 예쁘게 먹어보기로 했다.
베이글은 내가 산건데 식사 대용으로 먹기 좋아서 두줄에 7천원 좀 안하길래 샀다. 크랜베리가 맛있는데 어니언밖에 없어서 좀 아쉬웠지만 어니언으로 두줄 사왔다. 저녁을 못먹어서 베이글도 하나 굽고, 무화과도 썰어 담아보았다. 더 예쁘게 담을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처음에 열과 성을 다해 무화과를 담고나니 베이글을 굽다가 배고파서 그냥 적당히 담아먹었다. 물론 무화과 셋팅하면서 무화과 한 두어개정도는 그냥 통으로 우적우적 씹어먹었다.
세상 달고 맛있는 무화과였다. 친구랑 같이 이것 저것 비교해가며 제일 잘익은 무화과로 골라와서 그런가 대성공이었다. 친구가 무화과 사준게 고마워서 나는 동네 과일트럭에서 복숭아를 사다가 같이 먹기로 했는데 복숭아는 완전 실패였다. 단맛이 하나도 없고 그냥 복숭아 향만 겨우 나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주말에 복숭아 청을 담가보았는데 집에 유리병이라고는 본마망 쨈병 250g짜리 하나랑 320g짜리하나밖에 없어서 복숭아 두개정도밖에 못담아서 복숭아가 많이 남았는데 시간이 되면 다이소에서 유리병이라도 사다 담아볼까 생각중이다.
돈이 없어서 저렴한 복숭아를 먹겠다고 동네 과일트럭에서 과일을 사와놓고 그 과일을 맛있게 먹겠다고 추가 지출을 하는게 웃기지만 유리병이니까 언젠가는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드는걸 보면 돈모으기는 글렀다 싶다. 복숭아 청은 금방 먹을 수 있으니 후딱 먹고 유리병을 비워서 만들어보기로 하고 일단 유리병 구매는 조금 미뤄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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