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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라이프로 산다고는 하지만 습자지같은 귀에 갈대보다 팔랑거리는 마음을 가진 사람인지라 하루에도 열두번이 뭐야 초단위로 지름신이 왔다갔다 하곤 한다. 그래서 이날도 화장실 청소용품을 사러 다이소에 갔다가 갈대보다 팔랑거리는 마음이 팔랑대기 시작했다.

 

우리집에는 컵이 하나 있다. 나머지는 다 텀블러다. 텀블러 세개를 돌려가며 쓰는데 하나는 선물받아서 서울에서 가져온거고 나머지 두개는 여기서 샀다. 그리고 정말 손잡이가 달린 노란 머그가 하나 있는데 이것도 다른 것을 사려고 다이소에 갔다가 팔랑거려서 사온거다. 곰돌이 푸가 그려진 꿀단지를 쌓아둔 것 같은 컵인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글을 쓰다말고 가서 설거지를 해서 컵사진을 찍어왔다.

 

꿀단지를 겹쳐서 쌓아둔 것 같이 생겨가지고 당장이라도 푸가 들어가서 꿀을 먹을 것 같이 생겼다. 이게 3천원이었나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직도 기억나는게 한겨울에 눈비를 맞아가며 이걸 사왔다. 깨질까봐 손에 꼭 쥐고 왔는데 바람이 엄청 불고 바닥이 미끄러워서 엄청 조심해서 집까지 걸어왔었다. 아무튼 이 컵이 텀블러를 제외하면 우리집의 유일한 컵이었다. 전자레인지도 사용 가능하다.

 

이전에 해외생활을 할 때에도 머그 하나는 꼭 구매했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하게 보는 키포인트 노란색일 것,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할 것 이렇게 두가지인데 자취할 때 전자레인지 사용이 가능한 컵이 있으면 유용하게 쓸 수가 있다. 정말 가끔 소량만 밥을 먹기 때문에 가끔 생각날 때 머그컵에 전자레인지로 밥을 지어먹기도 하고, 물을 데워서 차를 마시기도 하고, 우유를 데워서 밀크티를 마시기도 한다. 스프같은걸 먹을 때 스프컵으로도 사용하고 봉지라면을 하나 다 먹기 좀 많을때 1/4로 잘라서 컵라면 처럼 해먹기도 하고, 라면을 통으로 끓여먹은 후에는 국물을 한번 끓여서 컵에 보관했다가 라면죽을 해먹기도 한다. 

 

그러나 저 컵은 모양이 저렇게 생겨서 밥이나 스프는 담아먹기가 조금 그랬다. 컵라면은 더더욱 무리였다. 그래서 컵을 하나 살까 말까 하고 있었지만 저렇게 컵을 활용하던 시절에는 주방을 다른 하우스 메이트들과 공유해야 해서 그랬고 지금은 내 맘대로 언제든지 부엌을 쓸 수 있어서 밥이 해먹고 싶으면 냄비에 해먹을 수 있고, 물도 냄비에 후루룩 끓일 수 있어서 그냥저냥 살고 있었다.

 

그러다 청소용품을 사러 다이소에 간 날 이 컵을 봐버렸다. 넓어서 설거지 하기도 편해보이고, 스프나 컵라면을 해먹기도 딱 좋아보이고, 전자레인지도 가능한 머그컵. 노란색은 아니지만 내 취향을 충분히 저격하고도 남은 디자인이었다. 그래서 그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다 두개를 집어왔다. 

사가지고 온 날 신고식을 했다. 오뚜기 양송이 스프와 오뚜기 옥수수 스프를 사다가 끓여서 컵에 담고 바게트도 사다 스프에 찍어먹을 수 있게 준비를 해 두었다. 당연히 바게뜨는 르에스까르고에서 사왔다. 세상 맛있었다. 스프에 생크림을 조금 넣어서 더 부드러워진 스프와 겉바속쫀의 바게트의 조합은 세상 이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물론 컵이 귀여워서 한 세배쯤 맛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양도 꽤 넉넉히 담겨서 저 컵 하나에 1인분이 조금 넘게 담겼다. 스프를 다 먹고 설거지를 할 때도 입구도 넓고 컵 중간에 굴곡도 없어서 세상 속시원하게 설거지를 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래서 우리집에 살림이 늘었다. 나중에 서울에 돌아갈 때 안깨지게 잘 해서 가져갈 예정이다. 언제 서울에 돌아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내 손에 들어왔으니 오래오래 잘 쓰기로 했다. 지금도 자몽허니블랙티를 저 컵에 담아 마시고 있는데 양이 넉넉해서 글 쓰는동안 야금야금 마시면서 썼는데도 아직 음료가 절반이 남아있다. 미니멀라이프에 한발자국 멀어진 것 같지만 이 소비는 좋은 소비다. 자기합리화 같긴 하지만 앞으로 잘 쓰면 되겠지 하고 뽕을 뽑을 계획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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