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국이 나에게 엄청난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바쁘다는 핑계와 게으름으로 근 1년이상 블로그를 하지 않은 동안 런던에서 이직도 하고, 승진도 하며 나름 워킹홀리데이 치고는 안정적인 직장과 한국에서보다 높은 연봉을 받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다. 회사의 복지로 4월 초와 5월 초에 암스테르담, 파리, 베를린, 비엔나의 5성급 호텔에 무료 숙박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 그에 관련된 기차표와 비행기표도 이미 취소불가의 최저가로 결제도 끝냈다.
계획대로였다면 나는 비자가 끝나기 한달 전 까지 그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퇴사를 하고 남은 한달간 여유있게 영국 여행을 다니다가 영국 워킹홀리데이 비자가 끝나면 약 2-3주정도 추가로 유럽여행을 하다 한국으로 돌아와 캐나다 혹은 호주 워킹홀리데이 준비를 할 예정이었다.
갑자기 일어난 COVID-19사태로 앞으로의 상황이 불안정해졌다. 내가 사직서를 내지 않으면 비자가 끝날때까지는 월급이 나오겠지만 만에하나 사태가 장기화 되거나 할 경우 최악의 상황에서는 무비자로 지내게 될 수도 있었다. 건강도 많이 안좋아졌고, 퇴사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지만 나를 버티게 해준건 4,5월의 여행과 퇴사후의 여행이었지만 지금의 사태로 아무리 빨라도 5월까지는 여행을 다니거나 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것 같다고 판단하여 결국 사직서를 내게 되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한달간의 노티스를 주고 사직서를 낸 날, 퇴근후 한국행 비행기표를 찾아보고 있는데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 전 주 일요일까지만 해도 운항하던 비행기가 갑자기 비운항이 되기도 하고, 많은 비행기편이 감편되어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비행기편도 많지 않았고, 정말 매일매일 하루 단위로 비행기 편이 감축되거나 비운항이 되어가고 있었다. 한달 후에 내가 무사히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거라는 보장이 없을 것 같아 바로 다음날 아침 쉐프에게 연락을 했다. 마지막 날을 조금 앞당겨야 할 것 같다고.
쉐프는 다행히 나의 상황을 이해해 주었고, 그렇게 결정된 나의 마지막 날은 3월 21일 토요일 이었다. 바로 비행기표를 구매하려고 했지만 카드결제가 자꾸 오류가 나서 퇴근후에 결제 하기로 하고 일을 하는 중간에 같이 일하는 동료가 런던 셧다운에 관련된 국민청원을 보여주었다. 웹 페이지를 보고 있는 동안에도 숫자가 무섭게 올라가고 있었고, 20분만에 내가 보던 숫자에서 만명이 추가되었다. 1주일 더 일을 하려다 정말 큰일이 날 것 같아서 그 때까지 퇴근을 하지 않고 있던 쉐프에게 가서 다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 날이 나의 마지막 날 이었다.
짐을 부칠 시간이 없어 퇴근길에 프라이막에 들러 큰 캐리어 하나를 구매해 집으로 돌아왔다. 바로 다음날 출발하는 대한항공 비행기를 650파운드에 결제하고, 23키로 짐을 하나 더 추가결제 했다. 친구의 도움으로 무사히 다음날 공항으로 갈 수 있었고, 3월 15일 인천공항에 입국했다.
한국은 특별검역을 하고 있었다. 알고보니 그 날이 유럽발 입국자 특별검역 시작이라고 했다. 자가진단 앱을 깔고 전화번호 확인까지 마친 후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지금은 모두 검사를 해준다고 하던데 그 때는 아직 미국과 유럽에서 입국한 사람중 감염자가 많이 나오기 직전이라 나는 무증상자에 접촉자도 아니었기 때문에 따로 검사를 받을 수는 없다고 했다. 혹시 몰라서 개인적으로 14일간 자가격리를 하고있고, 드디어 내일이면 기나긴 14일간의 자가격리가 끝이 난다.
아직까지도 시차적응이 되지 않아 낮에 자고 밤에 활동하는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이제 자가격리를 끝내면 하다못해 마스크를 사러 나가거나 하는 것 때문이라도 낮에 강제로 생활을 하다보면 곧 시차적응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하루아침에 계획도 없고 모아놓은 돈도 없는 백수가 되어 아직 얼떨하지만 이 상황을 기회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슬슬 고민을 시작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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